[법률방송뉴스]
▲김도희 앵커 (진행자)
교제폭력, 치정폭력, 데이트폭력.
이렇게 단어부터 하나로 정립되지 않아서인지 형사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는 많지만, 정작 진전은 없습니다.
'안전한 이별'을 위한 법적 장치는 앞으로도 없는 걸까요.
법무법인 재현 박희현 변호사와 교제폭력 발생 원인부터 대안까지 따져봅니다.
▲박희현 변호사 (법무법인 재현)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통계 따르면 여성긴급전화의 교제폭력 관련 상담이 매년 9,000건대라고 하는데요.
폭력 위험 등에 처해 경찰서나 상담소 찾아도 피해자는 실질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변호사
교제폭력, 흔히 말하는 데이트폭력은 명확히 적용할 법률이 없습니다.
현재 가정폭력범죄 처벌법의 경우 가정 폭력의 대상이 배우자 혹은 직계존·비속처럼 가족 구성원으로 한정돼 있고요.
스토킹범죄 처벌법의 경우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닌다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경우와 같은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만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교제폭력은 일반 폭행사건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 폭력이나 스토킹 같은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단순 폭행의 경우에는 이러한 법규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교제폭력 피해자에겐 접근금지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경찰관에게 교제폭력에 대해 어떻게 조치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는데요.
교제폭력의 경우 법령상 접근금지 조치를 할 근거는 없지만, 데이트폭력이 다른 범죄에 비해 위험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여성·청소년계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스토킹처벌법 등의 법규를 적용해 접근금지 조치를 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교제폭력으로 검거한 피의자 수가 2020년 8,951명에서 2023년 1만3,939명으로 폭증했다고 합니다.
교제폭력 원인과 발생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변호사
교제폭력에 대한 처벌이 엄중하지 않다보니 더 쉽게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교제폭력과 관련한 양형 기준이 없고 일반 폭행과 동일하게 간주되다 보니 충분한 형량이 선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법원이 '연인'이라는 관계에 집중해 판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교제폭력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과 관계를 회복했다'는 점이 판결 이유로 기재돼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처벌 자체가 경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와 연인 관계였기 때문에 제3자로부터 폭행당한 것과는 달리 마음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고요.
또 상대방이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이 상당히 큽니다.
또 교제폭력의 특성상 가정폭력처럼 통제된 관계에서 지속적인 폭행 등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무력화된 상태에서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하면 합의를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는 양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 자체가 어려운 것도 문제입니다.
또 일반 폭행 사건의 경우 '반의사 불벌죄'라고 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공소기각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행자
현재 가정폭력범죄 처벌법, 스토킹범죄 처벌법,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등 폭력과 관련한 법에는 교제폭력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잖아요.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이 존재하는 사례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데, 개선할 방안은 무엇인가요.
▲변호사
교제폭력에 대한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돼 왔습니다.
단순히 법적 규정을 넘어 연인 간 발생하는 통제성을 가정폭력의 범주로 인식해 현행 가정폭력범죄 처벌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에선 가정폭력과 교제폭력을 같은 범주로 인식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교제폭력을 가정폭력 방지법에 포함시키고 있고, 게다가 연인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까지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만 보더라도 가정폭력의 대상을 가족구성원에 한정하지 않고, 생활 본거지를 함께하는 교제 관계까지로 확대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이던 치정폭력 관련 법안이 자동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나올 텐데, 처벌 강화 법안이 도입되면 예방에 도움될까요.
▲변호사
교제폭력은 일반 폭행 사건에 비해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입니다.
교제폭력만을 위한 양형기준과 처벌규정이 필요하고,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교제폭력에 대한 법안이 도입되고 엄중한 처벌이 이어진다면 교제폭력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법률방송(https://www.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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